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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취 간호사 선생님과의 인터뷰 1편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성함, 근무지 등)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마취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언희라고 합니다.
(사진 1. 서울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다큐, ‘수술장 시작과 끝, 회복을 함께하는 사람들’)
2. 지금까지의 경력과, 어떠한 계기로 마취과에서 근무하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심혈관외과 중환자실에서 1년 안되게 일을 했었어요. 병원을 그만두고 잠깐 쉬었다가 대전에 있는 국제검진센터에서 2~3년 정도 마케팅 팀장으로 일을 하면서 건강검진 관련 프로그램 등을 설계, 계획하고 마케터로서 어떤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할 수 있을지 등 영업적인 일을 많이 했었습니다.
검진센터에서 2~3년 정도 일하고 서울로 이직을 준비하면서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에 입사하게 되었고, 처음 2년은 이비인후과 병동에 있다가 지금 마취과로 온 지는 3년 정도 되었습니다.
마취과로 오게 된 계기는, 3교대를 하기 싫어서 부서 이동을 고민하던 차에 마취과 공고가 떴어요. 상근직이라는 게 큰 장점으로 다가와서 마취과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근무 환경에 만족하고 있어요.
3. 마취과는 우선 ‘마취회복실’로 부서 배정이 된 후, 마취과 혹은 회복실로 정해진다고 알고 있는데요, 두 부서 중 원하는 부서를 선택하게 되나요?
저희 병원 같은 경우는 마취회복실 1파트와 2 파트가 있어요. 마취회복실 1은 회복실 개념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고, 마취회복실 2는 마취를 전문으로 하는 부서인데요, 두 부서가 따로 운영되고 있어요. 마취회복실 1은 간호본부 소속, 2는 진료과(마취통증의학과) 소속 CPN(Clinical Practice Nurse, 임상전담간호사)*으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 데일리메디, 2021.05.17, “서울대병원 파격... 진료보조인력(PA) 공식 ‘인정’, 임상전담간호사(CPN) 규정 마련 진료과 편제, 160명 합당한 역할·지위·보상”. 기사 원문 : https://www.dailymedi.com/news/news_view.php?wr_id=869597
<마취 간호사>
4. 마취 간호사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요?
크게 2가지, 마취 관련 준비를 하는 업무와 수술 중 마취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업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수술에 사용되는 마약 및 응급약, 마취 관련 물품 관리도 합니다.
마취 준비는 마취에 필요한 물품, 기계, 약물을 준비하고 기도삽관에 필요한 laryngo scope나 tube, 혈역학적 모니터링 장비,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마취상 등을 미리 세팅하는 일을 하고,
마취 모니터링은 수술장 안에서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마취 심도는 적절한지, 마취가 잘 되고 있는지, 혈압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피가 많이 나고 있진 않은지 등을 모니터링합니다.
그래서 업무 배정도, 1. 여러 수술방을 다니며 마취 준비만을 도와주는 준비간호사가 있고, 2. 각자 맡은 수술방에 계속 있으면서(keep) 마취 준비부터 마취 유지, 모니터링, 그리고 마취가 끝나고 환자를 깨우기까지 수술 중 마취의 전반적인 과정을 맡은 간호사가 있어요.
(사진 2)
준비간호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면, 크게는 로젯이라는 게 있어요. A 구역(로젯)은 어떤 수술을 주로 하고, B구역은 어떤 수술을 주로 하고 이렇게 구역이(로젯이) 나눠져 있고 그 안에 수술방이 1, 2, 3, 4, 5... 이렇게 있어요. 구역마다 준비간호사가 1명~3명 정도 배치되어 있어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의사선생님들의 방이나 신규 CPN 선생님이 배정된 방을 도와주는 업무를 합니다.
마취 준비 업무의 경우엔 함께 마취과에 소속되어 있는 의사와 같이 하는데요, 수술방 중에도 의사가 들어가는 방이 있고, 간호사가 배정이 되어 있는 방이 있어요. 전공의가 들어가 있는 수술방 같은 경우에는 전공의는 어느 정도 수련이 되어 있어 어떤 마취를 할 때는 어떤 약물이 필요하고 어떤 기계가 필요하고 이런 전반적인 마취 과정에 대해 파악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간호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인턴분들이 배정된 수술방 같은 경우는 혹시나 마취 약물이 잘못 믹스되어 있는 경우 등의 실수가 있을 수 있어요. NS에 믹스해야 하는데 아니라던지, 잘못된 비율로 믹스를 했다던지.. 이런 실수가 있으면 큰 위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구역마다 준비간호사가 필요합니다.
5. 마취 간호사는 마취 및 수술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다양한 부서와 협력하고 소통할 것 같은데, 업무 수행에 있어 가장 주된 협력관계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일단 의사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담당 마취 의사선생님과도 소통이 잘 되어야 어떤 약물로 마취를 할 거고, 수술 중 혈압을 어느 정도로 볼 거고, 마취 심도는 어느 정도로 유지를 해줬으면 좋겠는지, 이런 식으로 저희한테 말씀하신 부분들이 있으시면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왜 그렇게 맞춰야 할지(ex. 왜 이 환자는 ventilator PEEP* 제로로 놔야 할까요?) 서로 공유하고, 또 환자에 따라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게 있을지. 이런 부분들을 얘기합니다. 마취 들어가기 전에 pre medi라고 해서 이 환자의 히스토리나 어떤 부분이 모니터링이 더 필요할지 등 마취할 때 봐야 할 내용들을 적어놓는 게 있어요. 그럼 일단 pre medi를 보고 마취과 선생님들이 원하는 방향을 저희가 먼저 파악하고, 그러면서 이제 혹시나 더 궁금한 사항이나 이 환자는 추가로 이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먼저 물어볼 수도 있고요.
이렇게 첫 번째로 마취과 의사와의 소통을 잘하는 게 중요한 것 같고, 두 번째는 수술장 안에서의 소통도 중요해요. 수술장에선 외과 의사, 그러니까 2. 직접 수술을 집도하시는 선생님과 마취과와의 협력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환자의 수술에 따라 집도의가 원하는 근이완정도, target BP, pCO2 등이 있기 때문에 마취과와 집도의 간에도 수술 중에 계속 소통, 협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마취상태니까 움직이지는 않는데, 근이완제(rocuronium)를 투여해도 장은 조금씩 움직일 수 있어요. 그러면 불편해하시는 집도의 선생님들도 있기 때문에 ‘환자를 좀 더 재워주세요. 환자를 안 움직이게 해주세요.’ 이렇게 직접적으로 요구하시기도 합니다.
* PEEP : positive end-expiratory pressure, 호기말양압. 인공호흡기 사용 시 폐포의 허탈을 방지하기 위해 호기말에 일정 양압을 가해 기도내압이 0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6. 마취 간호사는 소아과 등 수술실 이외 부서에서의 마취 관련 시술을 위해 지원을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런 지원 업무는 많이 있는 편인가요? 구체적인 절차도 궁금합니다.
맞아요. 저희 부서의 경우 외부마취가 따로 있어요. 심혈관조영실, 뇌혈관조영실, 복부중재실 등의 검사실, 그리고 소아수술장은 기본적으로 다 나가고, MRI실 같은 경우도 마취가 필요하면 저희가 가고 있어요.
1. 심혈관조영실에선, RFCA(Radiofrequency catheter ablation, 전극도자절제술)이라든지 MVR(Mitral valve replacement, 승모판치환술), TAVI(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를 많이 해요. 요즘은 수술을 하지 않고 심혈관조영실에서 중재, 시술로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환자를 깨워놓고 시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나, 환자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경우 그 안에서 카테터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신 마취를 원하시거나 아니면 수면 마취를 유도해달라고 하실 때가 많아요. 그럼 이제 수술장 바깥의 검사실에서 마취를 하는 거기 때문에, 마취에 필요한 장비가 세팅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저희가 ventilator 같은 마취 장비를 직접 끌고 가거나 마찬가지로 기본 마취상, 모니터링 장비가 없는 곳에 외부마취를 갈 때는 다 준비해가서 외부 마취를 진행하고 있어요.
2. 복부중재실의 경우엔 PTBD(Percutaneous Transhepatic Biliary Drainage, 경피경간 담도 배액술)와 EVAR(endovascular repair of abdominal aortic aneurysm, 복부대동맥류 혈관 내 시술) 등을 주로 합니다. 또 JP drain(배액관) 같은 걸 깊숙이 넣는다거나 할 때 원래 수면 마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잘 하시지만, 간혹 환자분이 많이 불편해하시는 경우에 수면 마취 요청이 들어오면 저희가 출장을 갑니다.
3. 소아 같은 경우는 MRI실에서 검사하는 동안 환아가 가만히 있지 못하니까 전에는 검사 전에 미리 포크랄시럽을 먹인 후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렇게 포크랄을 먹인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검사 시간에 맞게끔 딱 그때 자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수면 마취나 전신 마취를 해서 MRI 검사 및 진단을 진행할 수 있게끔 도와주거나, 마취를 통해 망막모세포종(retinoblastoma) 환아의 항암 치료를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업무 출장을 나가고 있습니다.
7. 마취 준비 과정, 마취 시행 과정, 마취 중 모니터링, 회복단계 등에서 각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모든 과정이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꼽아보자면 수술 중 각성상태가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고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술 중 환자가 어느 정도의 깊이로 잠들어 있는지, 환자의 각성을 감시하는 BIS(Bispectral index, 전두엽의 뇌파신호)나 PSi(Patient State index, 환자상태지수) 같은 뇌파지표가 있는데 이런 것들을 통해 마취 심도를 확인하면서 환자가 깨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가장 유심히 보고 있어요.
(그림 1. BIS(Bispectral Index) 모니터링)
(그림 2. BIS 모니터링 기계)
이외에도 정말 모든 게 다 중요한데, 언제든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마취 준비 과정에서도 항상 모든 게 세팅이 되어있어야 해요. 환자의 치아가 많이 흔들리거나 기도가 너무 좁은 경우 Laryngo scope를 보며 intubation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목디스크가 있어서 목을 뒤로 젖히지(neck extension) 못하는 환자도 있고, 환자를 재우려고 약을 다 투여했는데 환자 입이 안 벌어져서 laryngo scope를 넣지 못하는 상황 등 여러 상황이 많아요. 상황에 따라 Laryngo scope 외에 bronchoscope, Light wand(사진 4), video laryngoscope(사진 3) 등의 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미리 ‘입이 조금 안 벌어지는 환자 같다’, 이렇게 사전에 파악을 해 두면 당장 쓸 게 아니더라도 video laryngo 같은 기계들을 마취 준비 과정에서 세팅해놓을 수 있죠. 이런 부분도 되게 중요합니다.
(사진 3. video laryngoscope)
(사진 4. Light Wand)
(사진 5. Light Wand intubation)
그리고 마취를 직접 진행할 때, 환자를 재우고 나서 환자가 자는 걸 다 확인한 후 근이완제를 투여하고 수술을 진행하는데, 환자가 충분히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 근이완제를 투여해 버리면 안되잖아요. 이렇게 마취 시행 과정도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환자가 깰 때, 마취회복 과정도 중요합니다. 성인 남성 같은 경우 가스 마취에서 깨게 되면 정말 벌떡! 일어나면서 깰 때가 많거든요. 이렇게 확 깨게 되면 환자가 자기도 모르게 입 안에 칩이라든지 이런 게 있어서 흡인되는 경우도 많고, 또 경련이 와서 숨을 못 쉬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환자를 깨울 때도 최대한 부드럽게, 잘 깰 수 있게 해야 환자도 마취 회복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후유증들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마취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깨우는 그 순간까지 정말 모든 상황 상황이 다 중요한 것 같아요.
8. 마취과에는 간호사 외에 어떤 직종들이 일하고 있고 각자의 역할은 어떻게 되나요? 마취과가 운영되는 체계가 궁금합니다.
의사, 간호사, 보조원 이렇게 크게 세 직종이 함께 일을 하고 있고, 진료과는 마취과 과장님, 의무장님, 수간호사님, 마취과 교수님, 전공의, 인턴, 마취 간호사(CPN) 이렇게 구성이 되어있어요. 전공의, 인턴, 마취 간호사(CPN)이 주로 수술방 안에서 keep으로 마취 준비,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마취과 교수님들은 수술방에 keep하고 있지 않으셔도 vital DB 등의 모니터링 장비를 통해 환자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고, 수술방마다 응급호출벨이 있어서 응급시엔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